현대 한국사회 성격논쟁: 식민지, 계급, 인격윤리 는 내가 책을 사기 전보다 훨씬 좋은 책이었다. 그런 경험들이 다들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책이 필요해서 이렇게 저렇게 알아보다가 꼭 마음에 들진 않아도 필요해서 사게 되었다가, 집에 와서 책을 읽어보니 문장과 내용이 너무 좋고 탄탄해서 정말 이 책을 잘 샀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나에게는 그런 책이었다. 책도 얇고 공동으로 편집해서 펴낸 책이기 때문에 책의 농밀함이 있을까 우려했지만, 그것은 나의 선입견이었다. 소개되어 있는 바와 같이 이 책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기욱, 구해근, 장윤식 교수의 사회학적 활동을 본인들이 스스로 정리하여 발표하고 국내의 전문교수들이 이에 대해서 논평을 단 형식으로 되어 있다. 워크숍에서의 내용을 정리하여 책으로 펴낸 것인데, 시도가 참 좋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각 교수들의 글 역시 짧은 지면에도 불구하고 정성스럽게 쓰여졌다고 판단된다. 나는 다만 이 분야에 관심이 있어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책을 정확히 파악할 안목은 없지만, 정성이 보인다. 더욱이 그 소제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즉, 책의 제목에서처럼 현대 한국사회의 특징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세 개념에 대해서 구미의 학자와 국내의 학자들이 연구결과를 통해서 새로운 지향점을 모색하는 과정이 이 책의 틀이다. 첫째로 한국의 근대화가 형성되는 역사적 굴곡이었던 식민지의 문제가 다뤄지고, 다음으로 그 속에서 형성되었던 한국의 신분체계, 즉 계급의 문제가 논의된다. 그리고, 인격윤리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현대 한국의 주체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를 인격주의와 개인주의를 쟁점화하여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은 얇으면서도 각 교수들의 전투적인 논의를 통해서 새로운 연구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판단된다. 일독을 권한다.
외국에서 한국을 연구하는 한국계 학자들은 국내의 학자들과는 입장이 다르다. 이들은 연구 대상인 한국사회에서 살지 않기 때문에 국내 학자들이 잘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고, 관찰된 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데 있어서도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외국인 학자들과는 다르게 어떤 역사적 사건이나 특정한 현상 한 가지에만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한국사회를 총체적이고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이 책은 한국사회의 성격에 대한 통찰력있는 분석으로 외국 학계가 인정하고 있는 한국인 사회학자 3인의 식민지 , 계급 , 인격 윤리 를 주제로 한 연구 성과를 소개한다. 아울러 이에 대해 국내 학자들의 비판과 평가도 함께 실었다. 이들과 국내 학자들간에 나누는 담론은 정체된 한국사회의 성격 논쟁을 한 차원 높이는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1부: 식민지
1장 식민지의 사회운동과 역사변동/신기욱
2장 식민지 역사사회학의 시공간성에 대하여/박명규
3장 근현대 한국사회의 농촌적 기원: 새로운 발상, 오래된 전통/전상인
2부: 계급
4장 한국의 산업화와 계급연구에 대한 자전적 성찰/구해근
5장 한국의 사회변화: 산업화와 민주화/신광영
6장 구해근 사회학의 가능성과 한계/김명수
3부: 인격윤리
7장 인격윤리와 한국사회/장윤식
8장 의리인가 계약인가/이재열
9장 한국의 사회자본: 연고집단/유석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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