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푸코는 앞으로의 세상은 들뢰즈의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보드리야르의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의 저서는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만든 ‘소비의 사회’와 ‘시뮬라시옹’ 정도만 읽었을 뿐이지만, 그의 ‘토탈 스크린’을 읽어보니 자신의 논의를 다양하게 확장시키고 있을 뿐이지 크게 자신의 의견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려고 하거나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다른 시선을 갖으려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물론, 그가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논의를 다양하게 확장시키는 것이 나쁘다는 뜻도 아니다.
그러기에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현실보다 가상의 우월함을,
가상이 현실을 지배하는 세상을 얘기한 보드리야르의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고,
어쩌면 더욱 그의 분석에 대해서 옳다는 말만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는 ‘토탈 스크린’을 통해서 다양한 소재들을 갖고 세상과 사회를 분석하고 있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에이즈와 섹스
경제와 걸프전
세르비아와 사라예보
마약과 아동
미테랑과 시라크
평소에도 자주 언급하는 디즈니와 예술 그리고 TV를 통해서 그는 복제와 기계/기술의 시대를 분석하고 있고, 그의 분석은 논리적인 분석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예언적이고 현란함이 우선 느껴지게 된다는 말을 하게 된다.
마치 패션지 광고문구와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치밀함 보다는 통찰력을 내세우고 있고,
그 통찰력을 통해서 그는 경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고,
낙관도 비관도 아닌 허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좋게 말하면 냉정한 시선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하기에는 자신의 통찰력에 조금은 현혹되어버린 것 같다.
좌절하거나 절망하는 것 보다는 그래도 무언가를 모색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지만 그 모색이 화려한 표현들 속에서 은근슬쩍 숨겨져 있는 것 같기에 조금은 읽어가다가도 다시 앞 페이지를 들춰보게 되는 것 같다.
현실이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말하고,
존재했을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도 못하고 존재할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상 속에서 무엇을 모색해야 하는지 그는 성실하게 알려주진 않고 있다. 그래도 그의 글을 읽다보면 무언가 찾아보도록 노력하게 만든다.
가상의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가상의 존재로서만 존재를 말할 수 있다면...
과연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질문은 만들어지지만...
대답은 머뭇거리게만 된다.
우리는 사건들을 선택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개념들을 선택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선택, 즉 개념들의 선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건들이 우리에게 정보를 통해 그들의 연출과 이데올로기적 형태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어떤 사건이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사건은 제각기 어떤 순간에 그저 사건의 기만에 사로잡혀 있는 상황 전체를 내포한다. 우리는 사건의 이 기만과 싸워야 하며, 사건을 통해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 즉 정치적인 것과 역사에 대한 모든 해석, 모든 관례적인 견해를 넘어서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분석이 자신의 목적에 따르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분석에 저항하는 것, 우리에게 숨겨진 것, 사건을 통해서 곁눈질하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 투명성과 유감이 그 이면에서 작용하는 이 토탈 스크린을 제거해야 하며, 고통을 주는 문제(광오, 파업, 미테랑의 환각) - 이 문제를 둘러싸고 체제의 타락은 그 윤곽을 뚜렷이 드러낸다 - 를 찾아내야 한다.
우리는 이론이 지닐 수 있는 진실한 것을 통해서 이론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도전으로서의 이론을, 현실을 부인하는 사건에 대한 도전으로서의 이론을 입증하려고 한다. 시평(時評)은 단지 다른 이유에서 생겨난 많은 견해들에서 나올 수 있지만, 관건은 예측할 수 없는 현실과 관련된 이러한 견해들을 시험하는 것이다. 급진성, 전복, 시뮬레이션, 환상, 이 모든 차원들은 실제로 지시 대상도, 이야기도, 기억도 없는, 그리고 이미 폭넓게 가상의 4차원에 잠겨 버린 우리의 세계에서 어떻게 구성되고 구체화되어야만 할까?
이 것이 바로 이 책이 지향하는 목표이다. 즉 화젯거리가 되었던 것 - 현실을 다소 파악하지 못하는 것, 현실을 다소 넘어서는 것 - 과 반대 방향으로 진실을 다소 파악하지 못하는 것, 진실을 다소 넘어서는 것을 나아가도록 하는 데 있다.
1. 에이즈 : 독성 아니면 예바인가?
2. 우리 모두는 성전환자들이다
3. 마르틴 하이데거를 둘러싼 네크로스펙티브
4. 가상적 공황에 대한 찬사
5. 바이러스성 경제
6. 서방의 압력 저하
7. 동유럽의 해동과 역사의 종말
8.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9. 걸프전은 일어나는가?
10.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11. 사라예보에 대해서는 동정도 없다
12. 타자성을 다루는 성형외과
13. 가상의 무력함
14. 서방의 세르비아화
15. 서방이 죽음을 대신할 때
16. 대규모 숙청
17. 시민들이여, 그대들의 슬픔을 위해!
18. 하층민과 엘리트
19. 기상 단계에서의 정보
20. 정신적인 폭력 : 증오
21. 환각을 불러 일으키는 폭력 : 마약
22. 유년기의 검은 대륙
23. 이중 몰살
24. 보이지 않음과 실제의 사라짐
25. 성병으로서의 성욕
26. 파업의 지배력
27. 불의 땅 - 뉴욕
28. 세계적 부채와 유사한 세계
29. 코망되르의 그림자
30. 타락의 거울
31. 디즈니월드사
32. 세계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
33. 딥 블루, 혹은 컴퓨터의 우울
34. 카레이서와 그의 분신
35. 해면질의 뇌를 위한 되새김질
36. 토탈 스크린
37. 예술의 음모
38. 텔레비전의 환상
39. 확실히, 시락은 무능하다
40. 복제, 혹은 종의 복제 단계
41. 정치적으로 몰아내기, 혹은 바보들의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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